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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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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뭐든창하 2019. 2. 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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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출퇴근을 통해 하고 있는 몇가지 중 책보기로 첫번째 본 책.

컴패션을 통해 후원을 하면서도, 내 후원이 100% 고스란히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보다, 온전히 도움이 되도록 하나님께 기도드리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아/빈곤퇴지를 위한 여러 단체/기구들의 활동이 믿음직 스럽지 못한게 사실인데..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안타까운 사실들을 알게되어 찹찹하다. 네슬러의 경우는 정말이지...불매운동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이다;;


기아는 자연도태?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기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아닐까? 기아는 인류에게 끈덕진 동반자였지. 석기시대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을 거리를 찾아 헤맸을 거야. 우르와 바빌론 같은 도시에서는 기근이 끊이지 않았고, 끔찍한 대기근이 주기적으로 로마와 그리스인들의 목숨을 대거 앗아갔지. 중세에는 농노나 자유농민, 도시민,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수백만 명이나 굶어 죽었단다. 19세기 때도 중국, 아프리카, 러이사, 오스만 제국 등에서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고.

그러다가 19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눈부시게 향상되어, 오늘날에는 19세기 같은 '물직적 결핍'이 사라지게 되었지. 하지만 벌써 사라졌어야 할 기아문제는 아직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아니, 오히려 그 반대란다. 굶주림은 비극적인 방식으로 더 심해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문제의 핵심이 사회 구조에 있단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 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 죽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은 충분히 있다는 건가요?

그뿐 아니란다. 지구는 현재보다 2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명 정도(세계 인구는 2006년을 기점으로 65억 명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73억 명 정도다 - 편주)되지. 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 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해.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 ~ 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지. 물론 각 개인이 필요로 하는 칼로리의 양은 나이, 직업 또는 거주 지역의 기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배고픔은 세계의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아닌 거네요?

물론이지. 식량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게 될 거야.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단다.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고 보는 거야.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고 믿는 것이지.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너무 많아진 인구로 인해 나타날 치명적인 영향과 산소부족으로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이 스스로 과잉 생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한다는 거야.


@설마 자연이 그런 일을 할까요?

이런 설명은 전형적인 유럽적.백인 우월주의적 '정당화'란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지.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비쩍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의 엄마들이 자기 아이들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게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니?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은 엉터리 신화, 즉 기근이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단다.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 주에 있는 살바도르의 화창한 오후가 기억나는구나. 나는 기아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이는 교양 있는 의학자 올란도 카스트로 - 리마와 함께 그곳에 있는 한 묘지를 방문했지. 살바도르는 도시의 4분의 1이 구릉지대였는데, 그곳의 아름다운 언덕에 묘지가 있었어. 바다와 가까워서 시원한 바람이 교회당 벽돌을 연신 간지럽혔단다. 캄포 산토라는 이름의 그 묘지는 고인들의 사회적 계층을 인상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어. 언덕의 꼭대기 부근에는 특권층인 금융과두제 엘리트들의 묘가 검정과 분홍빛 대리석으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지. 사탕수수 농장주나 돈 많은 의사, 부유한 노예상인 같은 상류층의 묘였단다. 부인들은 죽어서도 남편에게 복종하듯 남편옆에 묻혀 있었지.

일레우스에서 카카오나 담배 농장을 경영하여 큰 부자가 된, 스위스나 독일에서 이주한 외국인 농장주들의 비석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어. 마치 자신들에게는 흑인이나 인디오의 피가 단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원주민 엘리트들의 묘들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는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 묘당을 세우고 있었지. 강압적으로 부를 쌓은 이 두 그룹의 묘지는 통로나 벽으로 충분히 분리되어 있었단다.

좀 더 아래의 중턱쯤에는 중류층 시민의 묘가 있고, 그 아래로 소상인이나 하급관리들의 묘가 펼쳐져 있었어. 화려한 묘는 별로 보이지 않았지. 대부분 커다란 판으로 묘를 덮어놓은 모습이었단다. 이곳의 묘는 하얀 천사상이나 고인의 브론즈상 대신 알록달록한 조화들로 장식되어 있었지.

자신의 농장에서 사망한 세르타오의 대농장주나 레콘카보의 사탕수수 농장주 중에는 고국의 가족묘지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대양을 건너 고향에 묻힌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중류층이나 소시민들은 거의 이곳에 묻히지. 그 아래로는 통로와 담을 사이에 두고 비탈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노단이 있었어. 이곳 좁은 골짜기 가장자리의 우거진 덤불 속, 마르고 붉은 땅에는 만성적인 기아와 거듭되는 대기근에 시달리다 죽은 이름 모를 수많은 희생자들이 어떤 장식도 없이 쉬고 있었단다. 몹시 불안한 휴식처라고 할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흑인 인부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그들은 뱀을 쫓아내고 잡초를 뜯고는 땅을 팠지. 묻힌지 몇 년, 혹은 채 몇 달 되지 않은 해골과 뼈들을 추려서 수레로 던지고 있었어. 그러고는 구석진 곳에서 그것들을 태웠지. 재가 바람에 흩날리더구나.

이 장면을 지켜본 올란도 카스트로-리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연도태가 무슨 뜻인지, 여기서 아주 명확하게 볼 수 있지요"라고 말했어.

자연도태라. 이 말은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그런데도 이런 표현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아빠는 여러 대학과 제네바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그리고 유엔의 책임자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에서 이 말을 무수히 들어보았단다.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있어.


@그런 엉터리 개념을 맨 처음 사용한 것 누구였나요?

18세기 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라는 사람이었어. 맬서스는 1798년 인구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어. 이 논문에서 맬서스는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정하여 25년마다 2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조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어. 맬서스는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단다.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는 얘기였지.


@그 맬서스라는 사람, 정말 이상한 기독교인이군요!

그렇단다. 하지만 그의 책은 출판되자마자 유럽의 지배층에게 널리 읽혔고, 산업화 초기의 국민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단다. 맬서스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


@맬서스의 이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인데도요? 아까 우리 지구는 인구가 지금의 2배가 되어도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맬서스의 이론에 동의할 수 있는 거죠?

카림, 대답은 아주 간단하단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명하고 그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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